책 이야기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을 읽고(2016.8월의 책)

여름 비비추 2018. 8. 24. 09:46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을 읽고

 

 

1. 소설이 주는 힘

 

난 지금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있다. 손에서 뗄 수 없는 강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읽고 있자니 은근히 궁금해진다. 체코의 역사에 대하여.

마찬가지로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읽으며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 )의 고국 헝가리가 궁금해졌다. 동유럽을 여행하며 국가명에서 떠오르는 배고픔의 이미지가 싫어 국가명을 바꾸자는 말이 국회에서도 나왔다던 가이드의 말이 새삼 떠올리며 그 나라의 역사를 읽는다.

 

1000년 경 통일국가를 이른 이후 1918년까지 줄곧 외세의 지배를 받았다. 세계 1차 대전 때에는 독일 오스트리아 동맹에 따라 자동으로 가담하게 되었으나 전쟁에 패전함으로서 지금의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등으로 국토의 70%를 상실하게 되었고, 세계 제 2차 대전에서는 독일의 강압과 잃어버린 국토를 조금이나마 만회하려고 독일편에서서 소련에 대항해 싸우다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이다

 

갑자기 부다페스트가 떠오른다. 부다에서 페스트에서 바라보던 과거의 그 여행이 그리워지기도 한 것은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라는 책의 배경이 헝가리이며 이 책을 쓴 저자 역시 고국이 헝가리라는 단순한 점 때문이다

힘없는 나라에 태어난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랄까 강대국 사이에서 끊임없이 시달려야했던 약소국 헝가리. 마치 이유 없이 전쟁터로 내몰렸던 우리 조상들처럼 그네 국민들도 그저 일상을 평온하게 살고 팠을 것이다. 그러나 원하지 않게 거대한 역사 물결 속에 휘말려 분할되고 합병되고 지배당하고 전쟁을 치려야만 했다. 그래서 일까. 소설의 인물들이 더더욱 안쓰럽게 느껴짐은 동병상련 때문이기도 한 이유에서 일거다

 

이렇듯 좋은 소설 하나는 때로는 그 어떤 것도 해내지 못한 것들을 해내기도 한다. 지구 반대편의 이름 없는 한 나라를 정감 있게 만들기도 하고,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주의 체제를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하게하기도 하며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한 인간의 인간성을 말살하고 생존이라는 것조차 연습을 통해 이겨내야 할 지옥같은 삶인지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1부 비밀노트

 

2. 살아남기

 

3부작 중 가장 감동 깊게 읽은 것은 1<비밀노트>이다. 아니 어쩌면 감동이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 감동이라는 말은 지극히 주관적인 표현이기에 쌍둥이의 작문표현으로는 잘못했음으로 분명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해도 매우 감동적이다

이유는 최대한 감정표현이 절제되어 가장 밋밋하고 무미건조한 문장들로 표현된 내용 서술이 섬뜩할 정도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장 압권은 1부 마지막 장면이다.

 

아빠는 두 번째 철조망 직전에 쓰러져 있다.

그렇다. 국경을 넘어가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누군가를 앞서 가게 하는 것이다.

마대를 쥐고, 앞서 간 발자국을 따라간 다음, 아빠의 축느러진 몸뚱이를 밟고, 우리 가운데 하나만 국경을 넘어갔다.

남은 하나는 할머니 집으로 돌아왔다

 

전쟁이란 이기는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전쟁이란 나를 위한 싸움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살아남아야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어린 꼬마들은 그래서 스스로를 단련한다. 매질과 욕설에 적응하기 위해 서로를 마구 매질하고, 단식연습에 생명을 죽이는 연습까지 한다. 뿐만 아니라 상처를 주는 모욕적인 말에 익숙해지고자 서로를 향해 욕을 하며 심지어 엄마의 귀여운 것들! 내 사랑!, 내 행복! 금쪽같은 내 새끼들!” 이라는 말을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고이는 고통을 느끼자 이런 말조차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고통을 줄이려한다.

전쟁이란 이런 것이다.

행복했던 과거를 상상하는 것조차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것이다. 그만큼 참혹한 것이 전쟁인 듯하다. 그럴지라도 삶은 계속된다. 전쟁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나고 온갖 추한 것들은 그대로 존재한다.

 

3. 행동의 근거 : 진정 원하는 것(필요)

 

정상적인 방법으로 식량을 구할 수 없다고 치자. 사실 전쟁이라는 상황은 그러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굶고 있는 상황이라면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이 나쁜 일인지 아님 훔치지 않고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을 그저 보는 것이 더 나쁜 일인지 생각해 볼일이다.

쌍둥이에게는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살아남는 것.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로 하는 것을 갖고자 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들은 이러한 단순 잣대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장화를 구입하러 간 쌍둥이는 자진 돈이 구두 한 켤레 값밖에 되지를 않는다. 그러나 말한다.

우리는 이걸 다 가져갈게요. 나머지 한 켤레 값은 내년 봄에 생선과 달걀을 판돈으로 갚을게요. 아니면 장작으로 가져다드리든지요

사정하며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에겐 꼭 필요한 것이니 나는 가져가겠다는 통보이다. 이러한 쌍둥이의 행동은 옳은 것이기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종이와 연필을 돈 한픈 없이 사러가서도 말한다.

우리는 돈이 없지만, 이것들이 꼭 필요해요

그래도(정당한 값을 치르지 않더라도...) 우리는 종이가 다 떨어지고, 연필이 다 닳으면, 다시 또 올 거예요

 

이웃집 소녀가 굶어 죽어가고 있다. 쌍둥이는 그 집에 먹을 것을 대주기 위해 신부를 협박하여 돈을 받아낸다. 어린꼬마들이 벌리기에는 너무나 맹랑한 짓이다. 그러나 필요이상 돈을 더 받지는 않는다. 오히려 신부가 더 주겠다는 것도 마다한다. 필요이상의 것을 받는 것은 이들에겐 옳지 않은 행동이다.

 

더 나아가 할머니의 죽음 뒤에는 분명 쌍둥이의 도움이 있었다. 또 옆집 아주머니의 죽음에도 개입한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들을 수 있는데 옆집 아주머니의 목을 긋고 그녀의 집에 불을 지른다. 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이. ? 이건 그녀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을 주는 것이닌깐. 그것은 옳은 일이다

마찬가지로 하녀를 죽였다. 그네들의 옷을 빨아주는 여자였는데……. ? 상대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줄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탈영병에게 필요한 식량과 모포를 가져다 준 것처럼 어린 꼬마들의 기준은 필요한 것은 주는 것은 당연히 옳은 일이다그래서 감정의 동요 없이 옳지 않은 일을 저지른 하녀를 단죄한다.

 

사실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느끼는 건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렇게 느끼는 건 꼬마들의 사실(행동)만을 볼뿐 그네들이 생각을 훔쳐볼 수 있는 어떠한 것도 없다. 우리는 실제 어떠한 사실보다도 좋고 나쁘다하는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고 그러한 글을 읽어왔다. 그러나 이 작품만은 문체 자체가 감정, 생각이 절제되고 객관적으로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적어 내려간, 독특하니 보통 우리가 읽어왔던 소설류와는 전혀 다르다. 래서인지도 모르겠다. 짤막한 문장과 단락, 그리고 사실적인 글이 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언제나 변치 않는 인간본연의 연민과 인류애, 자비와 사랑이 깃들어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2. 타인의 증거

 

4.

2타인의 증거1부 마지막에서 국경을 넘은 쌍둥이 형제 클라우스와 헤어져 남겨진 루카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혼자 남은 루카스의 사랑과 루카스의 삶에 들어오는 주변인들. 야스민, 마티아스, 신부, 클라라, 페테르와 불면증 노인 등이 사회주의 체제로 변하면서 겪어야 했던 아픔이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다

 

페테르가 말했다

그 여자를 사랑하나?

루카스가 대답한다.

저는 그 단어의 뜻을 잘 모르겠어요. 아무도 그 뜻을 모르는 것 아닐까요? 당신이 하는 그런 질문은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루카스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치열하게 사랑을 한다. 클라라에 대해 또 마티아스에 대해

그가 사랑하는 사람을 얻고자 하는데 있어서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내가 원하는 사람을 내 곁에 두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그래서 클라라가 함께한 남자를 폭행하고 마티아스를 빼앗아 가려는 야스민을 살해한다.

어머니같은 클라라와 마티아스에 대한 사랑과 집착은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1부에서 이어지는 진정 원하는 것(필요)에 의해서라고 생각할 뿐이다. 클라라에 대한 사랑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같은 거라면 마티아스에 대한 사랑은 부성애의 그리움일까? 무조건적인 마티아스와 클라라에 대한 사랑이 눈물겹다.

 

 

5.

클라라가 말한다.

이제와서, 그들은 그게 단순한 실수였다고 말하는 거예요. 토마스의 죽음, 내 병, 몇 달간의 입원 백발이 된 나의 머리칼, 이 모두가 실수였다는 거지. 그러면 그들은 토마스를, 살아서 웃고 있는 토마스를 내게 돌려보내야지 .... ”

불면증 환자는 말한다.

아내가 소유하고 있던 직물공장이 세 곳 있었는데, 그것들을 국유화하려고 아내를 죽였다고 말하더군.”

 

단순히 실수라는 이름하에 토마스는 죽고 죽은 토마스로 붙들고 그들을 원망하며 결국 정신을 놓고 마는 클라라. 또 그들에 의해 모든 개인재산을 국유화하려는 과정에서 죽임을 당해야만 한 아내를 붙들고 잠 못 이루는 노인. 개인의 폭력은 단순히 아픔으로 남아 언젠가는 치유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국가의 폭력은 이렇게 한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고 회복 불가능하게 한다. 우리는 이러한 권력에 맞설 힘이 없다. 그저 운명이라고 하는 수밖에는.

 

 

6.

나는 그렇게 해야만 했어요. 나는 그녀를 죽이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것만이 내가 책을 쓸 수 있는 유인한 방법이었거든요

사회는 나를 살려두면 아무에게도 소용없는 시체 한 구 대신에 한권이나 또는 여러 권의 책을 얻게 될 텐데

 

가장 아프고 힘겹게 읽은 건 서점주인 빅토르의 삶이다. 이해될 듯 말 듯한 빅토르의 글쓰기’. 써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쓰면 쓸수록 병은 깊어진다. 쓴다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나는 쓰는 것 이외에는 흥미가 없다. 나는 작품이 출판되지 못하더라도 계속 쓸 것이다. 쓰지 않으면 살아 있을 이유가 없다. 쓰지 않으면 따분하다’(560)

왜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걸까? 존재가치를 증명이나 할 수는 있는 것일까?빅토르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글을 쓰려했다. 그러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살아야할 이유보다는 살아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시간은 현재에서 미래로 흐른다. 그러나 가치는 미래에서 과거로 흐른다고 한다. 현재 내 삶이 존재한다고 믿는다면 과거의 삶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그러므로 가치는 현재가 존재할 때만 가능한 것이다. 결국 끊임없이 글을 쓰고자했던 빅토르는 현재를 살아내지 못했기에 비극을 맞이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7.

루카스가 마을을 떠나고 클라우스가 루카스를 찾아 마을에 돌아온다. 그러나 클라우스를 본 사람들은 클라우스를 루카스로 착각한다. 그러나 정작 클라우스는 본인이 루카스가 아닌 루카스의 형제 클라우스라 한다, 그리고 루카스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은 루카스의 쌍둥이 형제 클라우스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결국 글의 말미에 루카스가 클라우스라는 암시가 나온다. 결국 루카스는 쌍둥이가 아니었고 루카스를 찾아 나선 클라우스는 루카스인 것이다. 그럼 클라우스라는 존재는 누구인가? 클라우스라는 존재가 있기는 한 건가? 아님 루카스가 상상으로 만든 자신의 형제인가?

이 부분은 1부의 마지막 부분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그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실제 존재했던 그렇지 않았던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루카스가 살아온 삶이 있을 법한 얘기라는 것이다

 

50년간의 고독

 

8.

도대체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진실과 상상이 뒤엉켜 정신을 차리고 읽지 않으면 안되었다. 정신을 곤두세우고 읽어도 결국은 우리에서 클라우스와 루카스, 또 다른 클라우스와 루카스로 이어지는 삶의 여정을 따라가기는 역부족이다

그래서인지 1부 비밀노트와 2부 타인의 증거에서 이어지는 시리즈로 보기는 어딘지 모르게 아쉽고 기운 빠진다. 다시 말해 1부와 2부가 긴장감 있게 읽혔다면 3부는 김빠진 차가운 맥주를 마시듯 차가움만이 남는 아쉬운 작품이다.

12부를 읽으며 내내 느꼈던 긴장감은 사실은 거짓(소설)이었다는 것이다. 얼마나 맥 빠지는지 이야기인가.

 

정리를 간단히 하자면

1<비밀노트>는 전쟁 통에 국경마을 할머니 집에 맡겨진 쌍둥이 루카스와 클라우스의 생존이야기

2<타인의 증거>는 루카스의 이야기이다(쌍둥이 형제 클라우스가 떠난 뒤의 남겨진 루카스의 삶을 그렸다. 말미에 국경을 넘은 클라우스가 루카스를 찾아 국경마을에 찾아오는데. 클라우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 그리고 편지 속에서는 클라우스는 루카스임을 암시한다)

3<50년간의 고독>은 서로 헤어져 살았던 클라우스와 루카스의 각기 다른 고독했던 50년의 삶을 그렸다. 그리고 1부와 2부는 클라우스가 쓴 소설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소설은 클라우스의 자전적 내용이기도 하며 미완의 작품으로 루카스에게 맡겨진다.

 

9.

그럼 사실이 무엇인지 내용을 정리하면(내용을 굳이 정리하는 것은 지금도 내용이 헷갈리기 때문이다) <50년간의 고독>의 내용은 클라우스가 네 살이 되던 해 엄마가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고 남편은 처자식을 버리고 안토니아에게로 떠나려고 한다. 엄마는 이에 격분해 남편을 총으로 죽인다. 그러다가 총알이 튕겨서 루카스가 맞아 루카스는 의식을 잃고 병원에 가게 된다. 이후 루카스는 재활원에서 살게 되고 엄마는 정신병원에 갇혔으며 홀로 남은 클라우스는 아빠의 애인 안토니아의 집에서 살게 된다. 이후 안토니아는 사라라는 여동생을 낳게 되고 클라우스는 동생 사라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루카스가 사라와 함께 안토니아의 고향을 방문하는데 여기가 클라우스가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K 도시이다. 여기서 클라우스를 스쳐 지나치게 된다)

그러나 몇 년 후 안토니아가 이 사실을 알게 되고 클라우스는 자신의 어머니가 집에 돌아온 사실을 알고 어머니와 살게 된다. 그러나 어머니는 루카스만을 사랑하게 되고 루카스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이러한 어머니를 클라우스는 홀로 보살피며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게 된다. 결국 늦게나마 돌아온 루카스. 클라우스는 어머니가 자신을 버릴까봐 루카스가 형제가 아니라고 부정한다. 이후 대사관 직원으로부터 루카스의 자살소식을 듣게 되고 클라우스는 형제 루카스와 같은 운명이 될 거라는 걸 직감한다.

재활원에 맡겨진 루카스는 재활원이 폭격을 당하면서 한 할머니집에 맡겨진다. 여기서 루카스는 커다란 노트를 사서 첫 번째 거짓말을 적기 시작한다-이 글이 1<비밀노트>가 된다. 그리고 할머니가 죽게 되자 국경을 넘게 되고 거기서 후견인 페테르와 그의 아내 클라라의 도움을 받아 소설을 계속 쓰게 된다.

 

10.

어머니는 아버지의 배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신이 죽였다고 생각하는 루카스에 집착한다. 클라우스는 루커스만을 기억하는 어머니를 사랑하기에 어머니를 빼앗길까 두려워 루카스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루카스는 클라우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자 죽음을 선택했고 클라우스는 그런 루카스를 따라 죽고자 한다. 또 클라우스는 사라를 보내주지만 영원히 사랑할 것을 결심한다.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일까?

다소 도를 넘어선 집착같은 형태가 사랑의 본질이라 말하는 것인가?.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럼 왜 사람들은 이러한 사랑을 갈구 할까? 아니 그래야만 살 수 있는 것일까?

결국 존재감이 아닐까 싶다. 존재의 긍정.

존재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강변하지만 존재만으로 가치를 발현할 수는 없다. 그 존재가 빛을 발할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다. 존재가 빛을 발할 땐 바로 의미가 있을때이고 의미는 사랑이 있을 때 비로소 실현가능한 것이다. 그러기에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한 것이다.

 

 

11.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라는 제목은 편의상 붙인 이름이다. 그럼 이러한 제목은 어디서 나왔는지를 생각해본다

클라우스(사실은 루카스)가 국경 넘은 후 경비대 조서에 세 가지 거짓말을 적는다. 세 가지 거짓말은 국경을 함께 넘은 남자는 그이 아버지가 아니었다. 소년은 열여덟 살이 아니고 열다섯 살이다. 이름은 클라우스가 아니다(465)에서 따온 듯하다.

달리생각하면 할머니 집에서 겪는 일은 <우리>가 아닌 <클라우스>이다(우리를 부정). 두번째 거짓말은 <타인의 증거>에서 클라우스는 돌아온 루카스다(클라우스 존재를 부정한 것) 세 번째 거짓말은 3<50년간의 고독>에서 그려지는 클라우스가 루카스를 모른다고 한 것(루카스의 존재)이 아닐까도 싶다.

여하튼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편의상 지은 제목이며 실제 <비밀노트>의 원제는 <커다란 노트>, <타인의 증거><증거>, <50년간의 고독><세번째 거짓말>이란다. 그렇다면 <세번째 거짓말>에서 따온 것 일런지도 모르겠다.

 

12.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정말 거짓말 같은 소설이다.

어쩜 이럴 수가 있을까싶은 온갖 인간들의 모습을 총 망라해 적어놓았다. 고통을 참아내기 위한 연습은 하는 어린 꼬마들의 모습은 한 낫 애교로도 봐줄 수 있다. 여기에 동성애와 추행, 외국인 장교의 기행. 그리고 무엇보다 외롭게 살아가는 할머니의 허리 굽은 모습까지 하나하나 오래도록 잔상이 남는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할머니의 외로움이 내용 곳곳에서 묻어나옴에 서글픔까지도 느껴진다.

2부에서는 토마스의 죽음을 실수라 하는 그들에 대한 클라라의 원망과 정상인의 모습이 아닌 마티아스의 굽은 등이 상상된다. 상냥하고 절대적인 아버지 루카스를 사랑하기에 결국은 일곱해 사개월 밖에 살지 못한 마티아스. 그리고 그런 마티아스를 사랑한 루카스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하는 클라우스의 힘겨움이 전해진다. 이들은 시대의 흐름 속에 힘없는 무너지는 개개인의 삶이 얼마나 잔혹하고 그들이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잘 표현해 주는 듯하다.

3부에서는 클라우스에 대한 안토니아의 사랑이 소소히 느껴졌다. 그럼에도 안토니아를 외면할 수 밖에 없었던 루카스. 어머니와 루카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클라우스의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