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최정수 옮김)를 읽고 - 2017.9월

여름 비비추 2018. 8. 24. 10:44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최정수 옮김)를 읽고

 

삶의 연금술을 배우다

 

   책을 받아 들자 기분이 좋아졌다. 가벼워 빨리 읽을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어서인가보다 더구나 동화같은 그림의 책표지를 보니 더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연금술이 허황되다고 생각하기에 책에 대한 기대감은 없었는데 한장한장 읽어가며 밑줄쳐야하는 곳이 너무 많아져 당황스럽기까지 했으니 작지만 강한책이라는 한마디로 책의 촌평을 해야 할 것같다.

   난 불분명한게 싫다. 사지선답 답을 찾듯 명확하게 딱 들어맞는 것을 좋아한다. 마찬가지로 소설도 너무 은유적인 것들이 많아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건 내 취향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은 매우 은유적이며 불분명하고 허황되지만 아름답다. 표지’ ‘감동의 언어’ ‘무언의 언어’ ‘영혼의 언어’ ‘우주의 언어’ ‘자아의 신화’ ‘철학자의 돌’ ‘위대한 업’ ‘만물의 언어’ ‘만물이 다 한가지등 구체적이지 않지만 느낌으로 이해되는 무수한 언어들의 쓰임은 철학적이면서도 매우 시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더구나 보물을 찾아 떠났지만 결국 보물은 내 곁에 있었다는 흔한 이야기는 결국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지금 여기에 있다는 어른동화같은 메시지를 주고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산티아고이다. 갑자기 산티아고 순례길이 생각났다. 같은 산티아고라는 이름은 우연일까? 순례 길을 걷는 그들은 쉽게 갈 수 있는 자동차를 두고 굳이 힘든 여정을 통해 그 길을 걷는다. 900킬로가 넘는 장정의 길이다. 오롯이 자신 만을 바라보고 자신을 의지 삼아 가는 긴 고행같은 여정, 왜 그래야만 할까? 그 길에서 그들이 얻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그것은 자네가 항상 이루기를 소망해오던 바로 그것일세. 우리들 각자는 젊음의 초입에서 자신의 자아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지.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분명하고 모든 것이 가능해 보여. 그래서 젊은이들은 그 모두를 꿈꾸고 소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그 신화의 실현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해주지.” p47

 

   알 수 없는 어떤 힘, 그 기운에 자아의 신화가 잊혀질 때쯤 그 순례 길에서 다시금 자아의 신화를 찾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나는 깊은 내면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있는지, 자아의 신화를 살고 있는지 말이다. 늙은 왕의 말처럼 자신이 원하는게 무언지 언제나 알고 있어야 해. 잊지 말게.”(p97)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p47) 난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말이다.

 

 

   자아의 신화(보물)을 찾아가는 산티아고는 긴 여행에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사기꾼, 크리스탈가게 주인, 영국인 친구, 사랑하는 여인 그리고 진정한 연금술사까지. 그리고 많은 일들도 겪는다. 가진 돈을 모두 잃기도하고 크리스탈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기도 하고 사막에서 가혹한 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모든 인생살이들을 함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 그 속에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것은 자아의 신화를 찾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렇다고 모든사람이 산티아고처럼 자아의 신화를 찾고자 하지는 않는다. 크리스탈가게 주인같은 사람처럼 꿈을 이룰 수 있음에도 그 꿈을 신화로 남기고자 하는 사람도 있고 영국인처럼 진정한 연금술이 무엇인지 모르고 물질의 연금술을 찾아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아의 신화를 살고자 한다면 결국 그 꿈은 이루어 진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됬기 때문이지(47)

 

   인상 깊은 것 중의 하나는 늙은 왕이 전해준 현자의 말이다.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데 있다“(62) 기름 두방울()도 잊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정원을 구경하는 것, 하루하루의 순간 속에 영겁의 세월이 깃들여 있다는 사실을 믿을때 진정한 삶의 행복과 의미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대가 여행길에서 발견한 모든 것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때 그대의 보물은 발견되는  걸세”   .